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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시대에 다시 태어난 허생, 리셀러(Reseller)

2017. 03. 21 | 읽음 5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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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원에 싼 운동화를 600만원에 되팔 수 있다?

쉽게 믿어지지 않는 일이지만 최근에 실제로 발생한 일이에요. ‘나이키 에어 이지 Ⅱ 레드 옥토퍼’는 20~30만원 수준으로 판매되었는데 현재 400만~600만원대에 재판매 되고 있어요. 이렇게 물건을 사용할 목적이 아닌 되팔 목적으로 구입한 뒤 비싼 값에 파는 것을 ‘리셀(Reseller)’이라고 하고,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을 리셀러(Reseller) 라고 해요.



리셀러란 무엇인가요?



리셀러란 구입한 물건을 되파는 사람을 말해요. 주로 희소가치(드물기 때문에 인정되는 가치)를 지닌 상품을 사서 비싸게 되파는 것이죠. 이런 리셀러를 연암 박지원의 소설 《허생전(許生傳)》에서 매점매석(買占賣惜)으로 돈을 번 주인공 허생에 빗대어 ‘디지털 허생’이라도 해요.


리셀은 초기에는 특정 제품이나 브랜드의 매니아들 중심의 친목 커뮤니티에서 소규모로 이루어졌지만 최근에는 한정 판매 제품 등을 대량으로 구입한 후 블로그, 온라인 중고장터, SNS 등을 통해 비싼 값에 파는 등 그 규모와 수요가 늘면서 리셀 시장 자체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요.



리셀 상품은 매니아층이 두꺼운 운동화부터 시계, 옷, 식품, 전자기기, 음악까지 다양해지고 있으며, 더 나아가 팬사인회 대기 순서 등 무형의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규모와 수요가 확대되고 있어요.

리셀러는 주로 한정판이나 세일상품, 아울렛 제품에서 높은 가격에 되팔 수 있는 상품을 발빠르게 구입했다가 수요 추이를 지켜보면서 비싼 가격으로 팔아서 큰 수익을 챙겨요.

일각에서는 ‘선점’을 통해 막대한 차익을 남기는 리셀러들이 수익을 올리는 방식을 시장을 왜곡한다고 비판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경제를 이용한 신종 재테크 수단이라고 평가하기도 해요.



왜 중고제품이
더 비싸게 팔리나요?


기업에서 생산한 대부분의 제품은 구매 후에는 가격이 떨어져요. 한번 구매한 제품은 사용여부에 상관없이 되팔려면 제값을 받기 어렵죠. 그런데 살 때 가격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팔리는 것은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그 이유는 바로 리셀러들이 수요에 비하여 공급이 부족한 제품을 미리 선점해 두었다가 수요를 봐 가면서 가격을 정하고 팔기 때문이에요. 리셀러들은 사용할 제품이 아니라 되팔 목적으로 제품을 구입하기 때문에 화제성이 있고 뜨거운 반응을 보일 만한 제품에 대한 정보를 찾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요. 요즘 기업에서 ‘한정판’, ‘리미티드 에디션’ 이란 이름으로 물건을 조금 만들고 특별한 기능이나 새로운 디자인 등을 넣어서 매니아층의 열광적인 구매욕구를 만들어내는 마케팅 전략과 만나 더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요.

기업의 한정판 마케팅은 소비자들에게 구매가능성을 한정시킴으로써 미래시점에서의 후회감을 갖게 하는 전략이에요. 따라서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을 누구나 사거나 가질 수 없는 것으로 인식하고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지금 사지 않는다면 분명 크게 후회하게 될 거야!’라는 생각으로 무조건 사고 보려는 심리가 생긴다고 해요. 이런 소비심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커뮤니티 등 개인 간 소통이 쉬워지는 환경이 만나면서 리셀 제품의 수요를 증가시키고 가격인상을 부추기고 있어요.



어떤 문제가 있나요?


최근 리셀의 규모가 커지자 유통질서를 왜곡하고 일반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여러가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어요.

가장 큰 문제는 터무니없는 가격입니다. 즉, 20만원대 운동화가 500만~600만원 대에 팔리는 등 리셀러가 엄청나게 비싼 가격으로 시장을 혼탁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물건을 구할 길이 없는 소비자들은 리셀러를 찾을 수 밖에 없게 되고 정당한 가격으로 살 기회를 빼앗겨 버린다는 것이죠. 그리고 가격에 거품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투기행위라고 주장해요..

두번째는 리셀러들에게 산 제품의 품질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점도 문제이에요. 구입한 제품이 불량이거나 짝퉁(가짜) 제품이어서 피해를 봤다는 사례도 있습니다.



세번째는 리셀러들이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물건을 파는 사람은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사업자로 등록하고 세금을 내야 하는데 대부분의 리셀러는 아무런 등록을 하지 않고 돈벌이를 하기 때문에 세금을 안 내는 문제가 있습니다.

네번째는 신고하지 않고 해외에서 직업 구매한 물건을 되파는 ‘밀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옷이나 장난감 등은 개인이 사용하는 경우 200달러까지 관세가 면제되지만 국내에서 되팔면 금액과 상관없이 처벌받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리셀러들의 물건이 어떤 경로로 사왔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불법 제품일 수도 있어요.


이런 문제점들이 있지만 조직적으로 대규모 리셀을 하지 않는다면 법적으로 제재를 할 수 없다고 해요. 또한 사람들의 과시욕이나 의존소비와 같은 소비심리들이 없어지지 않는 한 리셀은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따라서 물건을 구입할 때 필요와 품질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합리적인 가격인지 따져보는 건전한 소비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조선시대 리셀러, 허생




박지원의 소설 허생전에 나오는 허생은 7년간 글만 읽는 선비였어요. 가난에 지친 아내의 역정에 못 이겨 장사를 하기로 결심하고 변 씨에게 만 냥을 빌리고 장사를 하기 시작해요. 허생은 당시 꼭 필요했던 제수용 과일이나 갓을 만드는데 필요한 말총을 독점하여 모조리 사두었가다 값이 오르면 파는 방법으로 단기간에 백만 냥의 돈을 벌게 되요. 그 후 자신이 번 돈으로 어쩔 수 없이 도둑이 되었던 사람들을 무인도에 데리고 와서 살게 합니다. 그리고 무역을 통해 번 돈이 국내로 들어오면 나라 경제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우려해서 변 씨에게 갚을 돈을 제외한 모든 돈을 바다에 던져버려요. 허생은 변 씨에게 돌아가 십만 냥을 주고 몇 해가 지나 그 둘은 정을 쌓아가게 됩니다. 그 후 변 씨는 허생이 나라에 꼭 필요한 인물이라 생각해 어영대장에게 그를 추천했지만 어영대장을 만난 허생은 북벌 정책을 비판하는 말만 남기고 사라집니다.